진정한 운하 토론을 하자

 고려대 곽승준 교수

운하에 대한 경제전문가 토론을 원하면 최소한의 과학적인 근거와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연구 결과를 갖고 주장을 펼쳐야 한다. 감정 섞인 인신 공격성 논쟁을 할 것이면 오마이뉴스에서의 토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마이 뉴스가 한 차원 높은 정책토론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규칙은 정해야 한다. 일단 유력 대선주자의 핵심공약 논쟁에 뛰어 드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다. 대통령 선거가 국내 최고의 정치적 공방이라는 것은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운하찬성자는 정치적 목적이고 운하반대자는 진정성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친북 좌파'로 매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필자는 사실 홍종호 교수와 운하의 경제성 평가에 대해 논쟁을 하고싶지 않다. 홍 교수와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나 아니면 후배교수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홍 교수는 경제성평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자는 본인의 전문성을 결코 말로 주장하지 않는다. 전문가냐 아니냐는 본인의 그간 연구업적에서 드러난다. 그 분야의 국제적 유명학술지(SSCI)에 논문을 많이 발표한 학자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이다. 최소한 국내 유명 학술지에 학술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면 국내용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홍 교수의 연구업적을 아무리 검색해 보아도 경제성 평가에 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에서도 국내유명학술지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필자는 왜 홍 교수가 본인의 비전문 분야인 경제성평가 논쟁에 그것도 가장 민감한 정치논쟁인 운하 경제성평가에 뛰어 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필자가 찾지 못한 홍 교수가 발표한 경제성 평가에 관한 국제적 논문이 많다면 밝혀주기 바란다.

이제 지난번 필자가 지적한 홍교수의 운하 비판에 대한 오류에 대해 부분적 답변을 하면서 몇 가지를 다시 설명하겠다.

1. 민간이 할 운하사업으로 왜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는가에 대해

그렇다, 한반도운하사업은 국민의 세금을 들여 하는 것이 아니고 100% 민자유치로 한다. 그리고 2006년에 개정된 법에 의하면 민간이 손해를 보더라도 절대 정부가 보상하지 않는다. 궁색한 답변 보다는 개정된 법을 잘 몰랐다가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홍 교수는 "민간부분이 할 사업을 왜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놓는가"라는 이상한 비판을 하였다.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

현재 여야 대선후보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제시하는 핵심공약이 일자리 창출이다. 적게는 300만 많게는 600만 개이다. 그런데 국내 괜찮은 일자리의 거의 대부분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기업 등 민간부문에서 창출한다. 공무원과 갈은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민간이 하는 사업은 공약으로 왜 하느냐고 따진다면, 민간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를 왜 대선 공약으로 내놓느냐고 모든 여야 대선후보들을 먼저 비판해라. 그 다음에 운하의 민자사업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후보를 비판하여라.

2. 물동량 예측에 이론적 근거가 없다

향후 물동량을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운하와 같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교통수단의 수요를 예측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전에 현재와 같은 통행량을 아무도 예측 못한 것과 같다. 그런데 운하 반대론자들이 독일의 예를 들며 운하가 흡수하는 물동량이 적다고 운하를 비판하였다. 독일의 경우 운하가 전체 물동량의 14%를 흡수한다고 반대론자들이 주장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도 경부축 전체 물동량의 14%만 온다고, 그것도 계산 복잡한 벌크화물은 빼고 콘테이너만 산정하였다. 한반도대운하는 필자가 처음 제시한 바와 같이 다목적 운하다. 그런데 서로 증명할 수 없는 미래 물동량을 가지고 싸우는 소모적 논쟁을 피하고자 최저치를 잡은 것이다. 사실 벌크화물을 제외하였기에 독일 보다도 적게 잡은 수치다.

이러한 물동량 예측의 한계 정도는 홍 교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홍 교수는 지난 2006년 12월 4일 시민환경연구소에서 발표한 ‘경부운하건설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라는 발표자료에 보면 홍 교수는 경부고속도로에서 한반도 대운하로 전이되는 물동량을 대형트럭 5,000대/일로 가정하였다. 하지만, 정작 홍 교수 본인은 왜 이렇게 물동량을 예측했는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동량 편익 산정수치를 보면 필자와 큰 차이도 없었다. 그런데도 필자의 물동량 편익은 과대 추정되었다는 비판을 하였다. 게다가 홍 교수는 다른 토론회에서는 경부측 물동량의 10% 정도가 운하로 온다는 다른 주장을 하였다. 반대로 필자가 물어 보고 싶다. 정말 이런 예측을 과학적 근거를 두고 했는가?

3.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한 비판에 대하여

필자는 최근 5년 간 무수히 많은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첫째, 한반도대운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조사’)와 무관하다. 기획예산처는 국가예산이 5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공공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해당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한다.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는 누차 강조하지만 국가예산이나 국민의 세금을 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국가예산이 들어가지 않기에 예타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참고로, 행정수도이전사업은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예타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의 운하 반대론자들은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둘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운하와 같은 '비정형사업'은 사업의 목적에 따라 편익항목이 달라진다. 한반도 대운하는 예타조사 대상이 아니지만 홍교수가 자꾸 문제 제기를 해 예타조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예비타당성조사대상 사업은 크게 비정형사업과 정형사업이 나눠진다. 정형사업은 편익 비용항목이나 방법론을 정형화시켜 일반화 할 수 있는 사업이다. 비정형 사업은 편익 비용항목을 정형화시키지 못하는 사업이다. 분석 방법도 그때마다 달라진다.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운하사업은 거의 예타조사를 해 본 적이 없는 대표적 비정형사업이다.

비정형사업은 관련 방면의 최고 전문가들만 한정해 참여 시킨다. 국내외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검토되고 제기되는 분석방법에 따라 평가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비정형 사업에 대한 기본지침서에 따르면 ‘사업목적에 따라 편익산정항목이 다르다(KDI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4판))’고 되어 있다. 즉 사업목적에 따라 편익 비용항목과 산정방법도 달라진다. 즉, 박물관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짓지 않는다. 광역상수도사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당연히 일자리 창출효과(산업파급효과)가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처음 밝혔듯이 주된 사업목적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뉴딜정책이다. 이러한 사업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를 빼고 편익을 산정하라는 것은 경제적 효과를 축소하려는 억지일 뿐이다.

특히 홍 교수는 일자리 창출을 나타내는 산업파급효과가 간접편익이므로 경제성 분석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경제성 분석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다.

서울대 김동건 교수의 <비용․편익분석(1997)>에 따르면 직접편익이란 공공사업의 일차적인 목적과 관련된 편익이고 간접편익이란 2차적인 목적 즉, 부산물의 성격을 가지는 편익이다(‘비용․편익분석’p.60).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수정․보완 연구(제4판)>에서도 서울대 김동건 교수와 같은 방식으로 간접편익과 직접편익을 분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에 산업파급효과는 직접편익이다. 더욱이 본인은 다양한 산업파급효과 중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 창출효과만 산정한 것이다.

덧붙여 홍 교수는 간접편익은 비용편익 비율 계산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제4판)> 29페이지에 따르면 교통사업에 따른 편익항목 중 간접편익인 환경비용 절감 편익을 경제성 분석을 위한 편익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간접편익 가운데 계량화하는 연구가 축적된 일부 항목을 경제성 분석에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간접편익은 경제성 분석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홍 교수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타조사는 말 그대로 간단히 경제성을 따져 보는 것이다. 경제성이 있다고 나와도 예산 없으면 못한다. 반대로 경제성이 없어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적 고려 평가 부분이 사업의 추진 여부의 아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따로 분석하여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예타분석의 경제성 평가는 말 그대로 예비적으로 간략하게 점검하기에 실지의 경제적 효과를 나타내는 학계의 일반적인 비용 편익 분석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3. 유지관리비를 누락했다?

유지관리비 즉, 운영비용과 관련된 반론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야기 해왔다. 보통 운영비용은 운영계획을 토대로 산정한다. 그러나 경제성 분석과정에서 아직 운영수입을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비용도 자연히 경제성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운영수입은 내륙개발프로젝트, 터미널 및 물류센터 운영 등을 통해 발생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운영수입은 터미널 설계와 내륙 개발에 대한 일차적 설계안이 나와 운영수입이 산정되면 자연히 운영비용도 계산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더욱이 공정한 이론과 객관적 통계에 바탕을 둔 논쟁은 항상 환영이다. 하지만, 감정 섞인 인신 공격성 논쟁은 상대에 대한 설득이 아니라 자기주장에 대한 무한반복에 불과하다. 이러한 토론장이라면 반드시 필자가 나서서 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