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침묵'속 대운하 자전거탐방

연합뉴스

입력 : 2007.11.02 16:36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며칠째 침묵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 의원들이 자신을 겨냥한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출마설로 연말 선거판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그의 침묵은 지난달 29일부터다.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직도 경선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당내에 있다.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당내 분란이 예상밖으로 커지면서 입을 닫았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당의 기강을 바로잡아 대선에 올인해야 한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친박’ 진영을 비롯한 다른 한편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비난이 이어졌다.

당장 강재섭 대표가 “당 단합을 저해하는 인사”라며 정면으로 충돌했고, ‘친박계’ 유승민 의원은 “후보가 이 최고위원에 대해 직접 나서 엄중한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당 화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급기야 박 전 대표도 지난 1일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일갈했다.

이 후보도 2일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순간적 발언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해 당내 일각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2선 퇴진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아직 이 최고위원의 입지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 후보 주위의 대체적인 평가다.

당내 경선기간에도 이 후보 캠프내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한 이 최고위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후보가 직접 나서 “이재오 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말할 만큼 이 최고위원에 대한 이 후보의 신뢰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론은 반대세력에서 만들어낸 말일 것”이라며 “누가 뭐래도 경선을 승리로 이끈 수훈갑인데 어느 누가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경선기간 이 후보를 지지했던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이회창과 이재오”라며 “이 후보도 이 최고위원의 경솔한 태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친이계 의원도 “이회창 총재의 출마를 막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를 끌어안는 것이 최우선인데 이 최고위원이 괜히 건드려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최고위원은 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한반도대운하 ‘2차 자전거 탐방’에 나선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여의도’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으나 한 측근은 “이미 오래전에 계획된 것으로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www.leejo.net)를 통해 “호남운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고, 호남지역이 국민성공시대의 선두주자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두번째 자전거탐방에 나선다”고 밝혔다.

‘호남.충청 큰물길 자전거 탐방’으로 이름붙인 이번 탐방에서 이 최고위원은 윤건영 의원, 강승규 선대위 커뮤니케이션팀장 등 40여 명과 함께 첫날 영산강 하구언에서 광주까지, 둘째날 군산에서 대전까지 총 243㎞ 구간을 직접 자전거로 달릴 예정이다.

평소 자전거로 매일 지역구를 누벼 ‘자전거 의원’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그는 앞서 지난달 추석연휴 4박5일간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부운하 건설구간 총 560㎞을 자전거로 탐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