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물길잇기 도보 탐사

07년 11월 11일 낙동강 도보 탐사

낙동강과 남한강을 연결하여 강에 배를 띄우자는 국민의 열망은 뜨겁다.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두 강의 물길을 잇자는 운동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각 지역마다 운하유치 국민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탐험협회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강을 따라 도보 탐사를 하고 있다.  그들의 순수한 뜻에 동참하는 많은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여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우리 금정구와 부산 전역의 자원 봉사자들과 이사업에 동참하는 분들이 11일 아침 8시경 경남 창녕 남지의 낙동강 둔치에 모였다.

한반도 대운하 국민운동 네트워크의 김진홍 본부장의 인도로 이미 대구,  안동,  마산,  창녕등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 하였다. 부산사람들까지 합하니 족히 삼백명은 되어 보인다.  다들 태극기와 물길잇기 도보탐사등 다양한 깃발을 들고 열기가 대단하다.  나는 이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 이제까지 대한민국국민들은 주말이면 항상 등산을 유일한 취미생활로 즐겼다.  산에 가서 비지땀을 흘리며 건강을 챙겼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불이 되고 선진국이 되려면 강가에서 물에서 레저를 즐기는 생활로 바뀌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선도하는 커다란 물결의 첨병이 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라고 격려하였다. 

남지의 하천부지는 넓고 비옥하다.  푸른잔디를 가꾸어 축구장 3개는 되어 보인다.  제방위에 아스팔트 포장을 해두어서 차량이 다니도록 해두었다.  멀리 남강과 합하는 합수점이 보인다.  20여분 걸어가니 길은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강가의 취수점까지 가는 도로라고 한다. 왼편으로 강을 굽어 보고 산자락을 따라 가는 길이다.

낙동강 ! 낙동강 !

강은 유유히 흐른다.  지금은 갈수기임에도 수량은 넉넉하다.  강폭이 500미터 내외는 되어 보인다.  차안은 높은 산으로 되어 있고 대안은 고운 모래가 깔린 강변이 있고 그 위에 제방이 쳐 있으며 그 뒤로 농경지가 보인다.  진주로부터 합천을 거쳐 창녕 남지에서 낙동강과 남강은 만난다.  그 합수지 부근에서 임진왜란때 왜병들과 조선의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처참한 전쟁을 치렀고 대승하였다고 한다. 왜병들은 낙동강을 따라 이곳까지 배로 거슬러 올라왔다. 

합수지는 원래 범람이 심하다.  남강과 만나는 강변에 높다랗게 제방을 쌓아 두었다.  그러나 그 제방아래로 토사가 오랫동안 쌓이고 관리가 되지 않아서 버들나무등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자라서 생태계를 만들었다.  강폭은 좁아지고 물은 더욱 범람할 것이다.  우리 일행은 합수지를 뒤로하고 오른쪽을 따라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새 길은 외줄기의 좁은 오솔길로 바뀌었다.  평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오지의 길이다.  산길은 등산로로 다닐 것이나 이런 길은 언제 누가 만든 길인지 궁금하다. 

한참을 가다보니 배의 정박시설이 있다.  아마도 배에 짐을 부리기 위하여 짐꾼들이 걸어 다닌 길이 아닌가 싶다. 

낙동강은 대개 한편은 평야를 끼고 다른 한편은 산을 끼고 있다.  이런 경우 산이 곧 제방이 된다.  천연제방인 셈이다.  우리의 산은 대개 화강암으로 되어 있고 오랜 침식에 하안은 수직의 단구가 형성된 곳이 많아서 절경을 이룬다.  중간 중간에 아찔한 절벽을 굽어 보면서 사진을 촬영하였다. 대구의 습지생태 연구자인 이상원 대장은 원래 사진예술가이다.  열정이 대단하다.  탈레반처럼 수염을 기르고 해병대 복장과 모자를 쓰고는 쉬임없이 샷타를 누른다.  나에게 우주호 박사와 강을 보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찍기 위하여 수차례 모션을 요구한다.

아래로 굽어 보는 낙동강은 여유롭다.  강폭이 넓고 그 가운데 중간중간 모래톱이 만들어져 있고 물은 모래톱을 피하여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저편에는 포크레인이 준설한 모래를 모아서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 있다.  해마다 엄청난 토사가 강에 그대로 쌓이고 있어서 강바닥이 엄청 높아지고 있다.

잠시 강을 떠나서 산으로 들어가는 지점에 대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다.  그 한가운데 기와집이 폐가가 되어 있다.  옛날 이곳에서 죽림칠현처럼 속세를 떠나서 한 현인이 살았겠구나 !!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  이 강을 굽어 보면서 세상을 떠나서 우주의 깊은 철리를 따지고 살았을 옛 사람을 생각하며 대나무 숲속을 걸어 나왔다.

두시간 가량을 걸어서 우리는 오솔길을 벗어났다.  산이 가로막아서 강따라 걸을 수 없다.  낙동 강 바닥이 높아서 지천으로 흘러가는 물이 배수가 안되니 인근 농경지를 침수한다.  부득이 지천과 논 사이에도 낙동강의 제방과 90도 각도로 높은 제방을 쌓아 두었다.  그 제방을 따라 걸어 간다.  바람이 제법 차다.  한참을 끝없이 걸었다. 탐사대원들은 중간에 식사를 하고 쉬고 있다.  한참을 더가서 유의면의 등대마을의 등대중학교에서 모여 점심을 먹었다. 

왜 이 내륙에 등대인가 ?  왜정시대까지만 해도 강으로 많은 배가 밤낮없이 다니다 보니 등대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란다.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우리는 강에 배가 다니고 물동량을 처리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강에 배가 다니다가 배 뒤집혀지면 식수대란이 일어난다고 야단법석이다.  우리는 이리 잊음이 많은 백성인가 ?

등대 중학교는 폐교하고 한국나노기술 이라는 최첨단의 이름을 가진 회사가 입주해 있다.  교정 마당의 절반이상이 나무가 심겨져 있고 잔디가 깔린 정원이 되었다.  은행나무의 단풍이 너무도 곱게 물들었다.  그 아래에서 도시락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반 나절을 쉬지 않고 걸었으니 배가 출출하다.  최봉환 부위원장의 부인이 찰밥 두통에 온갖 맞있는 반찬을 보내어 맛있게 먹었다. 등대학교 정문앞에는 국도가 지나가고 그 뒤로 낙동강 제방인데,  제방숭상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하는 제방의 흙길을 올라가 보니 강은 여기저기 모래톱을 만들면서 유유히 흘러간다.

학교를 나서서 유어면의 토평천을 따라서 우포늪으로 들어간다.  토평천을 따라난 제방의 높다란 길위로 일행은 깃발을 휘날리며 걸어간다.  우포늪은 창녕 늪지대의 하나이고 입구에 있는 쪽지벌,  우포,  목포,  자시포등 네 개의 늪으로 만들어져 있다.  통상 늪지대하면 뻘이 모여 있는 지역을 예상하나 우포늪은 연못지대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우포 생태관장의 말에 의하면 호수와 늪의 차이는 수심이 6미터 이하를 늪이라고 한단다.  우포늪은 1억4천만년 전 또는 6천년전에 생성되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토평천을 따라 보이는 쪽지벌이 가장 늪의 생태가 제대로 살아 있는 자연 생태를 보여 준다고 이상원 대장이 설명한다.  중간에 이상원대장이 우포늪의 역사와 생태,  생물등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해주어서 매우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길이 되었다.  여름의 우포늪은 부평초라는 물풀이 늪 전체를 파랗게 뒤덮는다.  또한 국내 식물중 잎이 가장 크다는 가시연꽃잎이 우포늪을 더욱 신비하게 만든단다.  지금은 그 부평초가 전부 강바닥에 가라 앉거나 홍수에 밀려서 늪주위에 지천으로 늘려 있다.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어서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우포는 일년 내 철새들의 쉼터이다.  특히 겨울에는 시베리아와 흑룡강 등지에서 철새들이 몰려와서 쉬고 있다.  기러기,  황새,  저어새,  큰 고니,  도요등 다양하다.  까만색깔의 몸통이 통통하게 생긴것은 물닭이라는 데,  텃새가 되었다고 한다.  해오라기와 왜가리도 텃새처럼 떠나지 않는다. 

이상원 대장이 새의 부리와 몸통 모양으로 어떤 먹이를 먹는지 설명하는 데,  재미있다.  부리가 날카롭고 뾰족하게 생긴 새는 주로 고기를 잡아 먹는다고 한다.  부리가 뭉퉁하게 생긴 놈은 주로 식물 뿌리를 캐어서 먹는다.  발톱이 날카로운 놈은 육식이고 동물을 잡아서 발톱으로 찢어 먹기 때문이란다. 큰부리 기러기는 덩치가 1미터가 넘는 거대 조류다.  그들이 모두 이 곳에서 평화로이 지내고 있다.  습지의 가치는 무한대이다.  대운하가 되면 한반도에 엄청난 습지 면적이 늘어나고 생태적으로 풍부해진다.  그럼에도 환경론자들은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하루 7시간 가량을 걸어서 매우 힘들고 다리가 아파도 다들 진지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습지 보존 생태 연구자인 이상원 대장의 말에 경청하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조금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하루였다.  앞으로 새금산악회도 산에만 가지 말고 낙동강옆으로 탐사를 가면 매우 유익하면서 운동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참여 해준 모든 분들게 감사 드린다.